이 가을의 초입에 서서
운명이 가져다 준 슬픈 유산으로
고독이 밀려와 가을을 타는가
그대는.

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
버려야 함을 알고 있기에
이 가을은 더욱
쓸쓸하지 않던가

날아가는 새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했지.

오병이어 기적 따윈 뒤로 한 채
빈들을  거닐었던 청년 예수를,
.........
생각해봐
 
샤론의 뜰 수놓은 들장미들이 지중해로 흐르는 바람을 타고
포도 향기 익어가는 갈멜 산에서
팔백 오십 거짓 선지자를 한 방에 눕힌
그대, 엘리야였나.

허리를 동여매고 사십 주야를
호렙 산 하나님이 기다리는 산,
그 산을 향해 훨훨 날아봐

로뎀 나무 그늘 아래 주저앉아서
죽을 것 같은 절대 고독과 한 바탕 싸우고 나면
무겁게 짓누르던 목숨쯤이야
나는 새들 깃털만큼 가벼워질 테니.

날아가는 새들이 뒤 돌아 보지 않는 것은
앞으로 펼쳐진 하늘 때문일 거고

달려가는 그대, 버릴 수 있는 것은
열 두 겨리 소로 밭을 갈다가
죽는 날까지 동행할 생명의 사람
죽도록 사랑할 청년 엘리사
다가올 만남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.


 열왕기 상과 하에 펼쳐진 엘리야와 엘리사,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시